정신없는 요즘이다. 사실 저번 학기는 내가 굉장히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느끼는 안정적인 한 학기였다.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었고 연애도 수월했다고 느꼈고 학업도 6전공이라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잘 관리했다고 나름 생각한다. 쿠이사 조장을 하면서도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아주 놓고 살지는 않았던 거 같다. 과외도 했고 정말 의식의 흐름의 얘기지만 6전공의 로드가 정말 엄청났다... 퀴즈도 너무너무 많았고 에세이도 적고 팀플 발표도 너무 힘들었다. 내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과 그리고 해야 되는 일들 사이에서 분배를 하고 물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나는 나의 최선을 다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맞춰줘서 가능했겠지만 나도 정말 없는 시간 없는 체력 나눠서 내 모든 걸 쏟았다.
모순적으로 이런 바쁜 한 학기를 보내면서 내 안정을 찾았다. 살짝 eye of the storm 느낌. 체크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우면서 캘린더의 블럭들을 하나씩 채웠고.
이런 얘기를 쓰면서도 후회된다. 일기 쓸걸ㅎㅎ. 대학 생활 2년 하면서 제일 후회되는 일이다. 내가 위에서 얘기하는 두가지의 모습도 (바쁘고 없는 시간 쪼개서 살면서 vs 비록 일정은 이랬어도 내가 느낌 안정)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억력도 안 좋고 추억 같은 것을 남겨두지 않는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기억이 안 난다. 그때의 사건, 감정, 내 소감. 24-2가 안정적이라고 느꼈던 얘기도 당시 나와 고민을 나누고 얘기를 한 사람한테 물어보면 완전 다른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나 감정을 무디게 느끼는 것 같다.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나서 감정도 무딘 건지, 감정이 무뎌서 기억을 만들 수 없는 건지. 내가 느꼈던 극도의 불안과 우울도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그때 썼던 격한 감정의 일기를 읽고 타인의 삶에 대해서 배우듯 - 그랬구나 - 하는 부분도 있다. 힘든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야속하게도 좋은 행복의 감정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느껴지는 것들, 느껴지는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편지와 일기, 그리고 카톡 뭔가 기록이 남는 수단을 선호한다. 늦은 밤, 이른 새벽 우리가 나눴던 관계의 깊이조차 어렴풋이 느껴지는데 내용은 더더욱 흐려진다. 누군가와 의미 있는 통화를 하고 의미 있는 카톡을 하면 적어둔다. 기억하고 싶으니까.
그래서 돌아오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억하고 싶어서. 요즘의 가장 큰 변화는 가족과 연애에 있디. 가족으로는 갑자기 굉장히 물리적으로 가까워 졌다는 사실. 다시 고등학교 중학교로 돌아간 거 같다. 그 숨 막히는 갈등들이 언제 평화로웠냐는 듯이 다시 시작되는 게 너무 괴롭다. 근데 또 내가 맞춰서 살면 나쁘진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얘기했듯이 무딘 편이다... 내가 싸운 직후에 이 글을 썼으면 굉장히 다른 얘기가 나왔을 거 같다) 럭키비키 마인드를 장착하면 괜찮지 않을까.
연애는 (남자친구가 이걸 읽을까 싶지만) 다시 맞춰나가는 시기인거 같다. 대화를 하면서 사실 우리가 맞출 건 다 맞췄다는 얘기를 했는데 단편적으로 갖고 올 얘기는 아니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얘기였다. 한편으로는 우리 둘을 사람으로 보면 맞는 얘기다. (빙빙 도는 얘기여서 죄송ㅎㅎ) 나라는 사람, 인격체와 그 친구를 보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바뀌는 상황 때문에 아직도 맞춰갈 게 있지 않을까?로준이라는 공부가 단편적으로는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는지 더 깊이 들어가서는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 그 친구도 아직은 모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상황 속에서의 우리는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을 다시 맞춰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근데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보고 싶어도 그 친구의 행복과 원하는 일을 응원하는 마음이 앞서는 건 확실하고 무엇보다 오래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점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우선시 되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다짐한다. 그 친구가 힘들지 않았음, 행복했음 한다. 이런 마음 때문에 서운했다가 결국에는 서운해해서 미안하고 이중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게 나의 진심이다.
과거의 감정, 그리고 사건들조차 기억이 잘 안나서 강하게 기억에 남는 안 좋은 몇 가지에 집착하게 되는 거 같다. 내 주변인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이기도 한 거 같다. 처음에는 감정과 사건들이 남고, 서서히 감정들은 잊혀간다. 그다음에는 사소한 사건들 까지도, 그래서 결국 내 기억에 남는 건 감정을 뺀 큰 사건들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뒤끝인데... 그래서 사건이 있고 이분법적으로 굳이 따지자면 내가 피해를 입은 입장일 때의 사건들을 계속 상기시킨다. 주변인이 잘못했다, 노력하겠다, 그래서 실제로 노력을 하고 변화를 줘도 변화된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들과 감정들은 안 남고 결국 그때의 사건들만 머릿속에 남게 되는 거 같다. 상대방은 해결하려고 그리고 이해해 주려고 변화하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내가 다시 원점이라고 얘기하니까 무기력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결국 내가 내 손으로 관계와 내 정신상태를 안 좋게 만드는 거 같다.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