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내실있는게 뭘까?

그린1224 2024. 8. 29. 05:19

요즘 20대들의 키워드는 왠지 모르겠는데 내실인 거 같다. 내실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어서 사람들은 무리한 노력을 한다. 있어 보이는 척 말고 이제는 내실 있는 척 하려는 마음일까. (사실하는 거 같다고 쓰고 싶었지만 글을 다 쓰고 첫 줄로 돌아오니까 한다라고 써도 될 거 같다)

 

내실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internal stability
안에 담겨 있는 가치나 충실성. 이렇게 나왔다. 

 

나도 굉장히 오래동안 내실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그걸 즐겼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까? 정확히 그 단어를 사용해서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랑을 금기시했던 부모님 덕분에 공개적으로 내 얘기를 하고, 내가 무슨 목표가 있고, 무엇을 이뤘고, 지금 어떤 프로젝트나 공부를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숨겼다. 물어봐도 어떤 일이 개인적으로 진행 중이었다면 발설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과정이 끝나고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고 나서야 누가 물어보면 슬며시 결과를 공유하곤 했다. 그때 상대방의 놀람에서 나는 기쁨을 느꼈다. 아무도 모르게 노력을 했고 그 노력으로 인해서 나온 결과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타인의 놀람에 기쁨과 뿌듯을 느낀 나도 그렇게 내실 있는 사람은 아닌거 같다) 그리고 길지는 않지만 살아보니 과정 중 혹은 아직 과정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여러 군데 자랑하는 이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거 같다. 

 

있어 보이는 '척' 말고 진짜 '내실' 있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의 방향성이 모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사람들'에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진짜 속을 채우려면 조용히 다른 사람들의 인정 없이 묵묵히 가는게 맞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내실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기록과 공유에 길을 못 찾는 거 같다. 언제부터 자기 계발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 걸까? 그리고 모두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한 가지는 비교. 누구는 몇 살에 얼마를 모았고, 누구는 언제 일어나서 어떤 자기 계발을 하고, 방학 때 어떤 대외활동과 실적을 냈고, 소소하게는 시험기간에 언제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본의 아니게 SNS를 하면서 알게 된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긍정적으로 -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 좋은 자극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 나이대가 주는 불안, 그리고 인간이기에 있는 불확실함 속에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감정은 '뒤쳐짐'이다. 타인과 비교 속에서 남들만큼, 혹은 남들보다 더 하고 있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한 숨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증명하듯이 공유한다. 오늘 멋진 친구들을 만났고, 열심히 공부를 했고, 운동을 했고. 

 

자기 계발의 기준은 물론 모두에게 다를 거다. 사람들마다 가는 방향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같은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해도 당시에 준비해야 되는 것들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끊임없는 공유 속에서 타인의 방향성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불특정 다수, 그리고 더 무서운 건 내가 아는 특정 다수, 가 가는 길을 나도 걸어야 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 또한 뒤처지지 않고 싶기 때문에. 

 

이 속에서 나도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이걸 피해와 가해로 볼 수 있다면. 나도 이 공유에 동참했고 나도 열심히 잘고 있다는 걸 타인들에게 보이면서 스스로 위안, 혹은 타인들의 인정일 수도 있는 시선을 필요로 했다. 이 속에서 어떻게 내실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직전 문장은 온점으로 끝내고 싶어서 잠시 고민을 했다. 근데 온점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자포자기의 마음이 전달될 거 같아서 물음표로 바꿨다. 나도 바뀔 수 있기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2025년  (1) 2025.01.02
조바심  (0) 2024.09.15
기록  (0) 2024.05.27
시간  (0) 2024.05.10
너에게 보내는 내 불안  (0) 2024.05.10